일과 경제

연봉 4천만원? 손해평가사 준비전, 알아야 할 현실

휴인 2025. 5. 4. 14:22

 
요즘처럼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은 때에, '손해평가사'라는 국가 전문 자격증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별도의 응시 자격 없이 누구나 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자격증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손해평가사 자격증을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들, 특히 수험생들을 모으려는 학원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실제 현장의 모습과는 엄청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수험생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처음 손해평가사 자격증에 대해 들었을 때 '연봉 4천만원 정도 된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솔깃했습니다. 2021년 봄, 그 가능성만 보고 다섯 달 정도 집중적으로 준비해서 다행히 그 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나도 전문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손에 쥐고 현장에 뛰어든 후 마주한 현실은 제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실제로 활동한 시기의 주위 손해평가사들의 보편적인 수입은 2022년에 800만원, 2023년에는 650만원, 그리고 2024년에는 90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게 1년 내내 일해서 버는 연봉이냐고요?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손해평가사가 현장에서 실제로 일할 수 있는 날은 1년에 6개월 중 불과 30일 정도뿐입니다. 그리고 이 수입은 그 약 30일 동안 일해서 벌어들인 금액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이나 일복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경험하고 본 일반적인 현실은 이렇다는 것입니다.
 
결국 1년 중 5월부터 11월까지,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시기 동안 '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무한 대기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짧게 일하고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그 시기가 되면 마음 편히 다른 일을 하거나 심지어 다른 일정을 잡기도 애매하고, 언제 조사현장에서 부를지 몰라 계속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불안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손해평가사가 하는 일, 막연히 서류 작업이나 계산만 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피해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일은 말 그대로 '막노동' 수준에 가깝습니다. 상상해보세요. 한여름, 남들이 휴가 가서 바닷가에서 쉬고 있을 때 뙤약볕 아래 푹푹 찌는 비닐멀칭이 끝없이 펼쳐진 고추밭을 돌아다니며 피해 상황을 조사해야 합니다.
 
가을 추수철 햇살이 한창 따가울 때, 좁디좁은 농로길을 운전하며 혼자서 하루에 열 개가 넘는 농지를 이동하며 조사해야 합니다. 농지에 도착해서는 벼를 구간별로 직접 베고, 홀테기를 이용하여 탈곡하고, 그 무게를 측정하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거기에 조사결과 보고업무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내야 하니,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합니다.
 
이처럼 손해평가사의 현실은 학원가에서 홍보하는 '높은 연봉'이나 '안정적인 전문직'이라는 이미지와는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많은 학원에서는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수입의 한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높은 연봉이 가능하다는 문구만을 앞세워 수험생들의 도전을 계속 부추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격증 취득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손해평가사라는 직업이 전혀 의미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농어업 재해보험 제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매우 가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이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만약 당신이 이미 은퇴를 했고, 전업으로 삼기보다는 소일거리나 부업으로 생각하며, 1년중 약6개월 동안 30일 내외로 일하고 800만원 정도의 수입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손해평가사 자격증에 도전해도 전혀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이 직업에 뛰어든다면, 현실과의 큰 차이 때문에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해평가사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화려한 홍보 문구 뒤에 숨겨진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야 자격증 취득 후 겪을 수 있는 혼란과 실망을 줄이고, 자신에게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휴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