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는 어느 규모 이상이 되는 조직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풍경이 있습니다.
조직이나 조직원에게 얼마나 유익할 것인가보다, 오히려 누군가에 대한 꼬투리 잡기와 흠집내기가 먼저 시작됩니다.
“그 사람 예전에 회의에 불참한 적 많았잖아.”
“나는 들은 얘긴데, 예전에도 말이 많았다고 하던데.”
“누구랑 친하더라, 뭔가 있는 거 아니야?”
이런 말은 언제나 불분명한 출처, 확인되지 않은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동반합니다.
그 방식은 똑같습니다.
익명 뒤에 숨고, 카더라 통신을 이용하며, 결국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런 정치를 우리는 ‘빼기 정치’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그래왔고요.
그래서일까요?
주민자치회, 작은협회, 무슨협의회 등 어디든 사람이 모이고 리더를 선출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나타난답니다.
이 방식은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남을 깎아내려서 상대적으로 올라서려는 방식이죠.
그리고 이 정치의 무서운 점은, 한마디 소문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확인된 사실보다 인상, 분위기, 뉘앙스가 조직 내 여론을 좌우하게 되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그런 말에 흔들립니다.
왜냐하면 명확하고 확인된 정보보다, 자극적 의혹이 훨씬 더 빠르게 퍼지기 때문입니다.
빼기 정치가 성행하는 조직에선 회의가 설득의 장이 아니라 공격과 방어의 전쟁터가 됩니다.
누가 잘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못했는지 찾는데 집중하게 되죠.
회의 안건은 사라지고, 누가 뭘 잘못했고, 누가 사욕이 많아 보인다는 등의 아무 근거 없는 말들이 큰 목소리로 회의장을 지배합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이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익명으로 말하고, 의도적으로 책임을 피하고, 반박이 들어오면 이렇게 말하거든요.
“나는 그냥 들은 얘기를 전했을 뿐이야.”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지, 확정은 아니잖아.”
이런 식이면 어떤 사람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하나쯤은 꼬투리 잡힐 만한 일, 말실수, 관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커튼 뒤에서 요란한 소문들만 무성하게 난무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빼기 정치는 조직의 리더 자리를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큰 사람’ 혹은 ‘욕 안 먹을 사람’의 자리로 바꿔버립니다.
그러면 역량 있는 사람은 빠지고, 말재주가 좋거나 잔머리가 발달한 사람만 남게 됩니다.
그 결과, 조직은 점점 활력을 잃고, 갈등은 고착화되며, 결국 둘로 나뉘어 공멸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 ‘더하기 정치’입니다.
더하기 정치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대신,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며, 신뢰를 쌓는 방식입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 방식만이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하기 정치를 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단점을 증폭시키기보단 장점을 키워주려 합니다.
회의 시간엔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언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갖습니다.
누군가의 단점이나 실수를 들춰내는 건 쉽습니다.
그걸 익명으로 말하고, 확인 없이 퍼뜨리는 건 더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치의 끝은 언제나 같습니다.
신뢰의 붕괴, 조직의 분열, 그리고 공동체의 무력화입니다.
혹시 당신이 속한 조직에도 “나는 그냥 들은 얘기를 말했을 뿐이야”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면, 그건 단순한 수다나 잡담이 아닙니다.
그건 조직의 건강을 해치는 정치적 공격일 수 있습니다.
정치는 결국 책임지는 태도입니다.
익명과 소문, 아니면 말고 식의 말들로는 조직을 이끌 수 없습니다.
진짜 리더는 자신을 내세우고, 남의 단점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으로 승부합니다.
그리고 그런 리더를 세워주는 조직만이, 결국 살아남고, 성장합니다.
휴인이었습니다.
'일상과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은퇴 기념문집, AI 시대에 누구나 도전하는 삶의 기록 (2) | 2025.05.18 |
|---|---|
| 부부 사이, ‘차이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0) | 2025.05.13 |
|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관계의 진실 (0) | 2025.05.11 |
| 타인의 시기와 질투, 불안 대신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에 대하여 (0) | 2025.05.10 |
| 안경을 벗고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3) | 2025.05.09 |